〈괴기열차〉는 2025년 개봉한 미스터리 호러 영화로, 유튜브 공포 콘텐츠를 제작하는 주인공이 실종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지하철역 ‘광림역’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들을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존의 도시괴담, 옴니버스 공포물의 형식을 차용하면서도, ‘괴기맨숀’ 시리즈와 세계관을 공유해 팬들의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일상 공간 속 기묘한 설정과 현실적인 공포 연출이 조화를 이루며, 지하철이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공포보다는 오히려 묘한 불안감과 이질적인 분위기에 집중하게 된다. 실종, 사이비 종교, 괴담의 조합은 장르적으로 다양한 시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 줄거리
공포 유튜버 ‘다경’은 동료 PD ‘우진’과 함께 괴담이 돌고 있는 광림역을 조사하기 위해 현장을 찾는다. 이 역에서는 얼굴에 붕대를 감은 여성이 나타났다는 제보, 자판기에 삼켜진 사람의 이야기를 포함해 각종 기묘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역무원은 다경에게 이곳이 사이비 종교 ‘광림교’의 교주가 실종된 장소라고 설명하며 경고를 남기지만, 다경은 콘텐츠를 위해 더 깊숙이 파고든다.
결국 다경과 우진은 행선지 없는 지하철에 올라타게 되고, 현실과 환상, 그리고 과거의 사건이 혼재된 기묘한 경험 속에 빠지게 된다. 괴담은 사실이었을까, 아니면 누군가의 조작이었을까. 영화는 마지막까지 그 진실을 명확히 밝히기보다는 새로운 떡밥을 던지며 끝난다.
🎥 연출 및 특징
- 일상과 괴담의 결합
일상적인 공간인 지하철역을 배경으로 괴담을 펼쳐내는 연출은 현실 공포의 정수를 보여준다. 지하철이 갖는 밀폐성, 반복성, 무표정한 풍경은 초자연적 현상과 결합하며 묘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 옴니버스 구조의 시도
각각의 괴담은 독립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광림교라는 중심 서사를 통해 느슨하게 연결된다. 그러나 일부 에피소드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결말 없이 끝나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감이 있다. - 개성 있는 캐릭터와 블랙 코미디
주현영이 연기한 다경은 허세와 호기심이 섞인 현실적인 캐릭터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역장과의 티키타카, 우진과의 대화는 때때로 블랙 코미디처럼 느껴지며 영화의 무게를 덜어준다. - 불안감을 자극하는 음향 연출
갑작스러운 소리보다는 정적, 귓가를 맴도는 잡음, 플랫폼에서 울리는 안내방송 등이 오히려 심리적 공포를 유발한다. 사운드 디자인은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요소 중 하나다. - 떡밥 중심의 서사 진행
‘광림교’와 관련된 설정은 세계관 확장을 염두에 둔 장치이지만, 이 작품 안에서는 구체적으로 활용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다음 편에 대한 기대를 유도하는 방식이지만, 단일 작품으로서의 완결성은 떨어진다.
💬 총평
〈괴기열차〉는 장르적으로 참신한 시도를 했지만, 서사의 완성도 면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작품이다. 현실 공포와 괴담, 블랙 코미디, 사이비 종교라는 요소들이 섞이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각각이 완전히 녹아들지는 못한다.
특히 괴담의 형태로 진행되는 각각의 에피소드가 서사 구조상 단절감을 주며, 개별 장면의 인상은 강하지만 영화 전체의 긴장감과 몰입도에는 영향을 준다. 공포 장르의 클리셰를 피하려는 시도는 신선했지만, 오히려 전형적인 공포 장면을 기대한 관객에겐 허전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이라는 배경의 활용, 불쾌한 분위기 조성, 주현영의 매력적인 연기와 리듬감 있는 편집 등은 이 작품을 단순한 공포물이 아닌 일종의 장르 혼합 실험작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 결론
〈괴기열차〉는 공포 유튜버라는 현대적인 소재와 지하철 괴담이라는 전통적 요소를 결합해, 익숙한 공간에서의 낯선 공포를 탐색한다. 완성도나 연출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공포의 깊이나 결말의 명확성을 기대하기보다는, 분위기와 감각적인 연출, 다음 편에 대한 떡밥에 흥미를 느낀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시리즈의 시작점으로서는 가능성을 보인 작품이며, 다음 이야기에서는 더 정돈된 구성을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