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개봉한 한국 공포 스릴러 **『노이즈 (Noise)』**는 김수진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고층 아파트라는 일상적 공간에서 ‘소리’를 키워드로 내밀한 공포심을 조여오는 작품이다. **'사이렌 풍의 소리 마케팅'**이 아닌, **'소리의 공포'**라는 새로운 서사적 매개를 통해, 시청자에게 소리와 침묵의 대비가 만들어내는 심리적 긴장감을 비교적 세련된 연출로 제시한다. 특히 딸을 잃은 여동생 '주영'이 겪는 초자연적·내면적 슬픔의 결합은 장르적 쾌감만을 기대했던 관객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 줄거리 요약
주인공 주영(배우)은 고층 아파트 단지에 혼자 거주하는 여동생 주희와 함께 산다. 주희는 이전 사고로 청각장애가 생겨 귀에 보청기를 착용한 상태다. 어느 날 밤, 주희가 외부에서 들려오는 미세하고 기괴한 소리를 듣고 괴로워한 후 사라진다. 주영은 경찰 신고에도 믿음을 얻지 못하고, 스스로 아파트를 샅샅이 조사하기 시작한다. 낯선 소리가 밤마다 반복되며, 그 소리는 곧 공간의 붕괴와 초자연적 존재의 진입으로 확장된다.
주영은 벽 속을 파고드는 듯한 소리, 갑자기 울리는 고함, 그리고 간헐적인 침묵 속에서 점차 심리적 압박을 겪는다. 청각이 예민한 주희와 달리 거의 무감각에 가까운 주영이 느낀 소리의 실체와 심리적 진실이 결국 사건의 해답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점차 커진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들려지는 것'과 '남겨진 것'의 상실이라는 모호하면서도 강렬한 공포의 메시지를 마주하게 된다.
🎥 연출 및 연기 포인트
1. 소리 디자인 & 음향 효과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사운드 디자인은 단순한 효과음이 아닌, 공간의 감정과 긴장을 조절하는 주요 무기로 사용된다. 벽을 뒤흔드는 소음, 어딘가에서 울리는 발자국 소리, 그리고 돌연 사라지는 침묵까지, 청각적 공포의 다층 구조가 빼어난 호흡 조절로 완성된다. 특히 오프닝부터 느껴지는 침묵의 압박감은 관객으로 하여금 "다음 소리가 언제 터질까" 하는 초조함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2. 공간과 조명의 미장센
고층 아파트라는 폐쇄적이고 반복적인 공간 구조는 심리적 지옥을 형상화한다. 좁은 복도, 대칭적 구조, 미묘하게 변하는 조명 – 이 모든 요소가 이상 징후에 대한 경계심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 특히 열 수 없는 빈집 반대편 창문에 비친 그림자나 벽 틈으로 새어 나오는 불규칙한 빛은 관객의 시선과 감각을 교묘하게 조종한다.
3. 배우들의 감정 연기
배우 이선빈(주영 역)은 서서히 압박감에 갇혀가는 인물 내면을 침묵과 발성 변화로 자연스럽게 전달해 낸다. 보청기를 착용한 주희 역의 배우 역시, 기이한 소리에 점점 예민해지는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두 자매의 심리적 균열이 결국 사건의 핵심 장치임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 총평
✅ 장점
- 소리의 활용: 사운드 디자인이 공포의 핵심으로 작동하며, 공간감과 심리적 긴장 사이를 교차했다.
- 감성적 공포: 단순한 시각적 공포가 아닌, ‘상실’과 ‘소리의 의미’를 놓치지 않은 작품이다.
- 공간 연출력: 아파트를 하나의 인물처럼 다뤄, 좁고 갇힌 분위기를 극대화한 연출이 돋보인다.
⚠ 아쉬운 점
- 전형적 장르 구조: J-호러 스타일의 클래식한 장면 전개가 많아 예측 가능한 긴장 흐름이 다수 존재한다.
- 내러티브 연결성 약함: 중반 이후 밝혀지는 초자연적 요소가 아쉬움을 남기며 일부 감정선을 끌어내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
🎯 결론: 새로운 공포도식의 시도, 그러나 완성도는 절반 선
『노이즈』는 소리에 숨겨진 공포를 ‘공간 + 심리’의 조합으로 풀어낸 시도로서, 특히 소리 디자인과 무감각 속의 고요를 자유자재로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청각 중심의 공포 연출은 익숙한 구조임에도, 현실적 공간에서 일상적 공포로 전환된다는 힘을 가진다. 다만 이야기의 후반부 구성 미흡, 플롯의 완결성 부족은 장르적 쾌감을 일정 수준에서만 만족시킨다.
"소리가 들리는 자는 공간과 존재 모두를 두려워하게 된다."
이런 요소에 관심 있는 관객에게는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며, 청각적 몰입을 통한 심리 스릴러의 경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