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2025년 새롭게 리부트된 DC 유니버스의 첫 출발점, 영화 〈슈퍼맨〉은 클락 켄트가 ‘슈퍼맨’이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인간성과 외계인의 유산’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는 클락이 어린 시절 고향 스몰빌에서 성장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대신, 이미 『데일리 플래닛』의 기자로 활동하며 메트로폴리스에 정착한 청년 슈퍼맨으로 시작된다.
그는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항상 ‘인간의 일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 영화는 바로 이 지점, 즉 ‘신적인 존재로서의 책임’과 ‘보통 사람으로서의 소속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슈퍼맨의 내면을 진지하게 다룬다.
이야기의 갈등은 과학 기업을 이끄는 렉스 루터가 등장하며 본격화된다. 루터는 슈퍼맨이 인류의 자율성과 발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언론을 통해 그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슈퍼맨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키려 한다. 동시에 루터는 은밀히 고대 크립톤 기술을 역설계해 무기로 전환하고자 하며, 이것이 재앙을 불러오는 핵심 갈등으로 발전한다.
한편 클락은 동료 기자 로이스 레인과의 감정적인 관계에서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들은 단순한 직장 동료를 넘어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소통하려 애쓰지만, 클락이 짊어진 슈퍼맨의 사명이 언제나 그 관계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슈퍼맨은 메트로폴리스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인간의 삶을 존중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점차 깨닫는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가 외계의 영웅이 아니라, ‘인간적인 가치관’을 가진 새로운 영웅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담하지만 강렬하게 펼쳐낸다.
🎥 연출 및 특징
감독 제임스 건은 이번 영화에서 슈퍼히어로 영화의 기존 공식을 일부 해체하고, 감정 중심의 서사를 강화한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는 슈퍼맨을 단지 세상을 구하는 존재로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의 공동체 안에서 갈등하고 성장하는 청년으로 그려내며, 이 과정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캐릭터에 보다 깊이 공감하도록 유도한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기원 이야기’를 생략했다는 점이다. 켄트 부부에게 입양되어 성장하는 이야기, 힘을 자각하는 시기, 첫 비행의 순간 등 기존 슈퍼맨 영화에서 수차례 다뤄졌던 서사는 과감히 생략되었다. 대신, 이미 자신의 정체성과 힘을 알고 있는 클락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촬영 기법에서도 큰 변화가 있다. 영화는 대부분 실제 로케이션에서 IMAX 카메라로 촬영되었으며, 디지털 합성 대신 프랙티컬 효과와 자연광을 활용해 사실적인 영상미를 추구했다. 슈퍼맨의 비행 장면조차도 고속 촬영과 물리적 와이어 시스템을 통해 사실감을 극대화했으며, 이에 따라 공상보다는 현실 기반의 연출이 더욱 강조되었다.
배우 데이비드 코렌스웻은 클락 켄트와 슈퍼맨의 이중적인 정체성을 균형 있게 소화해냈다. 그는 순수하면서도 내면에 흔들림이 있는 슈퍼맨을 그려내며, 전작들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했다. 로이스 레인을 연기한 레이첼 브로스나한은 지적인 카리스마와 감정적 섬세함을 동시에 보여주며, 슈퍼맨과의 관계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이번 영화에는 호크걸, 그린 랜턴(존 스튜어트), 미스터 테리픽 같은 다른 DC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영화는 이들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이들 캐릭터는 각각 슈퍼맨의 인간성과 고립감, 그리고 선택의 무게를 반영하는 역할로 기능하며, 슈퍼맨의 정체성을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데 기여한다.
💬 총평
〈슈퍼맨 (2025)〉은 단지 또 하나의 히어로 블록버스터가 아니다. 이 작품은 DC 유니버스의 리부트를 선언하면서도, 관객에게 ‘왜 슈퍼맨이 필요한가’를 다시금 상기시키는 영화다. 전작들이 보여줬던 강력한 액션과 스펙터클보다, 인간성과 윤리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통해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 영화는 동시에 새로운 출발점으로서 기능한다. 크립톤의 유산과 인간 사회의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클락의 고민은, 오늘날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이들의 이야기와 겹쳐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슈퍼맨은 더 이상 초월적인 존재가 아닌,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웃처럼 느껴진다.
물론, 일부 관객은 이전 시리즈에 비해 액션의 밀도가 낮고, 슈퍼히어로 장르 특유의 전율감이 줄어들었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이 지향하는 방향은 단순한 눈요기가 아니라, 이야기의 밀도와 철학적 여운이다.
🎯 결론
〈슈퍼맨 (2025)〉은 DC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작품인 동시에,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의 본질을 다시 묻는 영화다. 외계인이면서도 인간적인 존재, 절대적 힘을 가졌으나 늘 인간 사이에 머무르기를 바라는 슈퍼맨의 모습은, 현시대에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 영화는 슈퍼맨을 그저 세상을 구하는 전사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감정에 흔들리고, 관계에서 상처받으며, 윤리적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바로 그 점에서, 2025년의 슈퍼맨은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을 드러낸다.
DC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 영화만큼은 ‘새로운 출발’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작품이다. 진심 어린 질문을 던지는 슈퍼히어로 영화가 필요했다면, 바로 이 영화가 그 해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