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는 전생의 기억을 가진 이들이 현실에 환생해 새로운 생을 살아가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SF 액션 영화로, ‘믿는 자들(Believers)’과 ‘무(無)의 신봉자들(Nihilists)’이라는 두 집단의 철학적 갈등 속에서 주인공의 정체성과 인류의 운명을 건 전투를 그린다. 마크 월버그가 혼란스러운 기억에 시달리는 에반 맥콜리 역을 맡아,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는 세계 속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안톤 후쿠아 감독은 화려한 액션과 장대한 설정을 시도하지만, 서사 전개와 내러티브 구축에 있어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다.
📌 줄거리
어린 시절부터 이해할 수 없는 기억과 능력에 시달리던 에반 맥콜리(마크 월버그)는 조현병으로 진단받고 약물에 의존해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날, 자신이 만든 특수 강철 검이 실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한다.
그는 소피 쿡슨이 연기한 나일이라는 인물을 통해 자신이 '인피니트'—즉, 수 세기에 걸쳐 환생하면서 전생의 기억을 유지하는 존재임을 알게 된다. 에반은 과거의 전생에서 중요한 임무를 맡았고, 지금 이 생에서도 같은 목적을 이어가야만 한다.
그의 과거 기억을 되찾기 위한 여정은 곧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강력한 적, 배서스트(치웨텔 에지오포)와의 충돌로 이어진다. 배서스트는 전생을 끝내기 위해 인류 멸망을 원하고, 그가 찾는 ‘에그’라는 장치는 생명의 순환을 멈출 수 있는 파괴적인 무기다.
에반은 혼란 속에서도 점차 전생의 기억을 회복하고, 믿는 자들의 일원으로서 배서스트를 막기 위해 마지막 결전을 벌인다. 그의 여정은 단순한 액션을 넘어, 자신이 누구인지,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 연출 및 특징
- 환생이라는 SF 설정과 철학적 대립 구도
영화는 전생을 기억하는 자들이 수세기를 거쳐 싸운다는 참신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인간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믿는 자’와 ‘무의 신봉자’라는 대립은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라 삶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대조를 이룬다. - 스펙터클한 액션과 다채로운 로케이션
멕시코 시티의 고속 추격 장면, 하늘을 가르는 글라이더 전투, 수중 침투 장면 등 안톤 후쿠아 감독 특유의 역동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특히 공간을 넘나드는 촬영은 세계관의 확장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 시작은 탄탄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무너지는 서사
전생과 환생이라는 설정은 흥미로우나, 이를 효과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설명이 부족하고 전개가 급하게 느껴진다. 일부 관객에게는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연기력의 명암
마크 월버그는 혼란스러운 에반 캐릭터를 무난히 소화하지만, 감정의 깊이나 캐릭터 내면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엔 다소 평면적이다. 반면, 치웨텔 에지오포는 극의 긴장감을 견인하는 악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 시리즈화 가능성을 내비친 결말
영화는 마지막에 또 다른 환생을 예고하며 향후 시리즈의 여지를 남긴다. 그러나 1편만으로는 세계관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어렵고, 설정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여 후속작이 필요하다는 인상을 준다.
💬 총평
〈인피니트〉는 참신한 소재와 화려한 액션을 결합한 오락 영화로, SF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환생'이라는 주제를 중심에 놓았다. 하지만 그 설정을 제대로 풀어내기에는 1편의 러닝타임이 너무 짧았고, 서사의 밀도와 캐릭터 구축 면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철학적 주제를 담으려는 시도는 높이 평가할 수 있으나, 액션과 설명 사이의 균형을 잃으며 이야기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주인공이 겪는 정체성 혼란과 성장 서사는 전형적이며 예측 가능해 몰입도를 높이기 어렵다.
다만, 압도적인 시각적 요소와 간결한 액션, 상상력 가득한 설정 덕분에 단순한 오락 영화로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극장에서 보기보다는 OTT에서 가볍게 즐기기에 적합하다.
🎯 결론
〈인피니트〉는 독창적인 세계관과 환생이라는 소재를 통해 SF 장르에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이다.
분명 흥미로운 발상과 스케일을 갖췄지만,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이야기와 감정선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시각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관객에게는 추천할 수 있으나, 철학적 서사나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를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부족할 수 있다.
확실한 것은, 이 영화는 '전생을 기억하는 삶'이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고, 그 자체만으로도 장르적 실험의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