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도미니언’ 사건 이후 5년. 공룡은 인간 사회에서 격리되어, 극소수 지역에만 생존하는 상태다. 세계는 공룡과의 공존이 아닌 통제를 선택했고, 과거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지만, 여전히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이들은 존재한다.
신생 생명공학 기업 파커제닉스는 멸종 위기 생물의 DNA에서 인간 질환 치료 가능성을 찾아내고, 공룡 DNA의 특정 구조가 암 치료에 응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세워 ‘프로젝트 루시드’를 시작한다. 이를 위해 이들은 전설적인 실험실이 존재하는 ‘생텡위베르 섬’으로 탐사대를 파견한다.
작전 리더는 전직 해양 구조대원이자 생물학 석사 출신인 조라 베넷(스칼렛 요한슨). 그녀는 거칠지만 신념 있는 인물로, 과거의 상처를 이 작전에서 씻고자 한다. 함께하는 고생물학자 헨리 루미스(조나단 베일리)는 공룡의 생태와 지능에 대한 이론을 가지고 있으며, 선박을 담당하는 던컨 킨케이드(마허샬라 알리)는 이들과는 다르게 철저히 현실적인 시각을 유지한다.
하지만 생텡위베르 섬은 단순한 무인도가 아니었다. 유전자 변형에 실패한 공룡이 방치되어 생태계가 뒤틀려 있었고, 그중 ‘디스토터스 렉스’라 불리는 변종 공룡은 육식성과 공격성을 뛰어넘어, 일종의 사냥 본능을 갖춘 포식자로 진화했다. 구조 신호를 보낸 가족이 섬에 고립되며, 탐사대는 단순한 생물 채취가 아닌, 공룡과 인간 모두를 지키기 위한 생존 임무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
🎥 연출 및 특징
갓레스 에드워즈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실제 로케이션과 프랙티컬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 태국의 팡아 국립공원과 몰타, 스코틀랜드 해안 등 실제 지역에서 촬영된 배경은 공룡이 실존하는 느낌을 강화시킨다. 이전 시리즈보다 CG 의존도를 낮추고, 실제 공룡 모형과 분장팀이 만들어낸 아나모트로닉스를 적극 활용해 보는 이로 하여금 더 직접적인 현실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디스토터스 렉스는 영화 초반부터 기괴한 움직임과 소리로 등장해, 기존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더 위협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존재감을 발휘한다. 새롭게 설계된 이 공룡은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어두운 공간에서 사냥하는 장면들이 공포감을 더한다. 에드워즈는 이 공룡의 연출에 대해 “고대 괴수 영화와 현대적 생명공학 공포의 접점을 노렸다”고 설명했다.
주연 배우들의 조합도 흥미롭다. 스칼렛 요한슨은 액션보다는 내면의 무게감에 초점을 맞춘 연기로, 조라라는 인물의 책임감과 불안함을 동시에 표현해낸다. 조나단 베일리는 캐릭터 특유의 학구적 열정과 공룡에 대한 동경을 설득력 있게 연기하며, 후반부에는 그의 클라리넷 연주가 삽입되어 감정적 전환의 키 포인트가 된다. 마허샬라 알리는 현실적인 판단과 냉정함으로 두 인물과 대조를 이루며 균형감을 잡아준다.
이번 작품은 기존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테마파크 재난’ 구조에서 벗어나, 공룡의 생존과 인간의 윤리 사이의 긴장을 다룬다. 제약회사의 무분별한 탐욕, 과학의 오만함, 그리고 인간의 책임이라는 주제가 구조적으로 스며들어 있다. 이를 통해 영화는 단순한 공룡 모험을 넘어, 생명의 존엄성과 선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 총평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단순한 시리즈 후속작이 아니다. 시각적으로는 시리즈 사상 가장 정교한 프랙티컬 효과와 로케이션 활용을 통해 생생한 현실감을 제공하며, 서사적으로는 기존 시리즈가 간과했던 과학 윤리와 공룡과 인간의 공존 문제를 전면에 배치했다.
공룡이라는 소재를 단순히 스릴 넘치는 괴수로 활용하지 않고, 생명체로서의 의미를 되짚는 접근은 시리즈의 성숙한 변화를 상징한다. 특히, 이번 작품은 오히려 공룡보다도 인간들의 내적 충돌과 결정이 서사의 중심을 이룬다.
다만 일부 캐릭터 간 감정선이 다소 얕게 처리되어, 클라이맥스의 감정 이입이 아쉬울 수는 있다. 또 기존 시리즈의 역동적인 오락성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비교적 차분한 전개가 약점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쥬라기’라는 세계관을 단지 공룡이 설치는 공간으로 두지 않고, 보다 심화된 서사적 무게를 실어준 시도 자체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 결론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시리즈의 리부트이자 진화된 한 챕터다.
공룡은 이제 단순한 볼거리나 위협이 아니라, ‘공존과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존재로 변모했다.
공룡의 스펙터클, 인간의 갈등, 그리고 미묘한 윤리적 고민이 뒤엉킨 이 작품은 ‘쥬라기 월드’라는 브랜드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전환점이 된다.
그동안의 속편들이 반복된 공식에 갇혀 있었다면, 이번 영화는 그 공식을 뛰어넘고자 한 시도이며, 그 시도는 충분히 인상적이고 의미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쥬라기 시리즈를 기다려온 관객이라면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꼭 경험해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